소금과 인간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생활필수품

인간의 생활이 복잡해지고 음식이 다양하여지면서 인간이 누구나 제한 없이 무한정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햇빛이나 공기, 물과는 달리 소금만큼은 특정한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제한성 때문에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생활필수품으로 취급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인간들의 생존양식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소금을 보급 받는 문제였다. 정착민족들은 항상 소금을 보급 받을 수 있는 곳에 터전을 잡을 수밖에 없었는데, 고고학자들은 최초로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곳이 햇볕에 물을 증발시키는 것만으로 소금 채취가 가능했던 바닷가인 까닭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본다. 나중에 내륙으로 이주해간 것은 소금을 생산하는 연안지방의 거주자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내륙의 주민들에게 소금을 보급하는 수단을 강구해놓고서야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편, 유목민들은 이동시에 가져가야 할 소금의 양을 정확히 측정해야 했으며, 물의 위치뿐 아니라, 소금이 묻힌 지층과 소금이 노출된 곳들, 즉 소금이 은닉된 곳이나 나중에 세운 보관소 등의 위치를 그들의 여행지도에 그려 넣어야 했다. 소금을 너무 많이 실으면 걸음이 무거워진다. 그렇다고 소금이 충분치 않으면 사람과 가축이 모두 소금 결핍증에 시달리고, 일행 모두가 자칫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렇듯 언제 어디서나 소금은 인간의 삶에 필요 불가결한 요소였으므로 인간사에 있어 소금은 가장 중요하고 오랜 무역의 품목이었고 황금과 맞먹는 결재의 수단이었으며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12세기에는 모로코 남부의 시딜마사 에서 가져온 소금이 가나에서 금값으로 거래 되곤 하여 노예 한 명이 그의 발 크기 만한 소금판 하나와 맞교환되기도 했다. 비위생적인 늪지대가 소금 생산지역으로 변하면서 그 주변 국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구가 하게 된 베네치아 역시 소금이 가져다준 부와 권력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소금을 매개로 한 상업거래나 이를 독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현대 자본주의의 싹을 틔워낸 모태이기도 하다.